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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활/대학원팁

연구실을 정할 때 중요한 것들

처음 석사 연구실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어떤 연구를 하는지, 즉 '주제' 였다.

학부시절에 여러 연구실에서 인턴을 했고 특히 졸업 시즌에는 2차전지를 하는 연구실에서 인턴을 했었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나름 공부를 하고 실험을 하면서 '이걸 오랫동안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고,

진학을 얼마 앞두지 않고 연구실을 옮겼고 그 이유는 온전히 '주제' 때문이었다. 

그때는 진학할 연구실에서 박사까지 할 생각이라 오랫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주제를 찾는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다.

물론 주변 선배 및 지인들은 주제는 별로 안중요하다고 했지만 들으면서 'ㅋ 웃기지도 않는다 ㅋ' 하고 넘겼던 것 같다.

 

석사 2년을 하는 동안 어떻게 바뀌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주제는 우선순위에서 저~~~~뒤로 밀려났다 ㅎㅎ

무엇이 중요하게 됐을까? 첫번째는 연구실 사람들이었다. 

내가 석사때 있던 연구실은 비교적 되게 분이기가 좋은 편이였지만,

개폐급이 한명있었다. 정말...살면서 처음보는 종류의...

여러모로 진짜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의 사람이라 연구실 사람들과도 모두 사이가 안좋았는데,

이 한사람 때문에 너무 연구실 생활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박사 진학때 연구실 분위기를 가장 우선시해서 연구실을 선정하게 됐다...

다같이 으쌰으쌰 열심히 할 수 있는 구성원들이 정말 연구생활에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두번째는 교수님이었다. 

정말 좋은 교수님이 있지만 대부분의 교수님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깐.

개인적으로 교수님의 성향 및 방향이 나랑 잘 맞지 않았고 이로 인해서 많이 힘들었었다.

co-work, 자유로운 의사 소통, 적당한 휴가 보장, 좀더 high-level 수준의 연구 등등...

내가 원하는 방향에 잘 맞지 않고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여러 제약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연구 생활 전반적인 동기부여도 많이 떨어지게 됐었다.

그래서 잘 맞는 교수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세번째는 인건비였다.

학위생활을 하면 서러운 나날의 연속이인데, 결국 우리가 열심히 연구하는게 나는 돈이랑 큰 상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게 학위기간 이지만,

당장 많이 받으면 생활도 여유롭고 연구에 더 동기부여도 된다. 그래서 인건비가 중요했다.

 

그 다음이 그나마 주제였던 것 같다. 

학위를 하면서 주제가 뒤로 밀리게 된 이유는,

막연하게 해당 주제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과 실제 그 주제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천지차이이기 때문이다. 

나는 연구는 잘먹고 잘살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며, 생업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결국 '일'의 개념이 적용되는데 여기서 재미를 찾는 수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어떤 주제를 하더라도 흥미롭고 재미있게 할 수 있지만, 

어떤 주제던지 친구들과 놀고 여행다닌것 보다 재미없다. 내 휴일을 굳이 연구에 투자하고 싶지 않다.

만약 휴일조차도 몰입하고 싶을정도로 재미있는 주제가 있다면 행복한 연구자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가 어두운 주제나, 정말 못하겠는 (나를 재료 전공이니까 갑자기 생물?)만 아니면 다 괜찮다.

 

그래서 결국 교수님 및 연구실 구성원이 가장 중요한게 아닐까 싶은데,

단기적으로 2년 석사 기간동안 퍼포먼스를 내고 싶다면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는 연구실도 좋다고 생각한다.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면 그만큼 힘든 연구실 생활일텐데 2년 정도면 감수할 수 있고 정신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연구실의 퍼포먼스를 따질 때 더 구체적으로 따질 필요가 있다.

1저자가 해당 연구실 소속인지, 교신저자 맨 뒷자리가 해당 연구실 교수님인지, 학생이 잘한건지, 교수가 잘한건지 등등..

나도 학위를 하면서 위에 사항들에 대해서 인지하게 됐지만, 이제막 석사를 준비하는 석사 준비생들에게는 너무 어렵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닫고, 

학위기간 동안 성취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깨닫는게 가장 중요하다.

그 판단이 틀릴 수 있기에 선택이라는게 참 무섭고 가혹한 것 같다.

그래도 요즘은 옛날보다 대학원생의 인권이 많이 올라가고 교수님들도 학생의 눈치를 보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고, 학생들도 호의와 권리에만 취하지 말고 본분을 다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