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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활

박사 첫 학기를 마치며...

2월부터 거의 9월까지 박사 한 학기가 끝나간다. 이제 3년 6개월만 더 다니면 된다...!

2월 처음 출근할때 석사 2년과 달리 박사 4년이 정말 길다고 느껴졌었는데 한학기가 정말 금방 지나가버렸다.

시간이 금방 갔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조급함 때문인 것 같다.

뭐 한것도 없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벌써 한 학기가 지나버린 것이다.

하루하루 늘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많았는데, 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박사 학위를 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어떤 일이든 일단 해보자는 마인드를 갖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새로운 일을 해야하면 그 일이 왜 안될지부터 생각하고 익숙치 않은 일이라 하기 싫어서 미뤘었다.

지금은 처음하는 일도 그냥 빨리 해야하기 때문에 더 추진력있게 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 생각된다.

 

좋은 연구 환경에 있다는게 정말 연구에 큰 도움이 되며, 해외의 연구 환경은 얼마나 좋을지도 궁금해졌다.

Co-work 을 진행하고 연구적으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거의 그 분야에서 국내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많이 공부할 수 있었고 일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으며 열심히 하는 모습에 자극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연구주제의 특성상 한국에서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점이 정말 아쉬웠다.

국내에서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진 우리원도 연구환경이 부족한 것을 보면서,

아직 우리나라의 연구 환경이 중국, 미국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학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게 모두 연구때문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행복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구실 생활에 잘 적응했고 좋은 구성원들 덕분에 스트레스도 잘 풀고 운동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결국 연구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연구 결과와 성취에 감정이 많이 휘둘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특히 합성한 물질을 다른 사람이 좋은 저널에 논문을 냈을 때 (내가 합성한 것보다 특성도 안좋은데...) 정말 아쉬웠던 것 같다.

내가 조금 더 빨리 했더라면, 만약 우리 연구실에도 이런 측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다면...

여러가지 생각 때문에 몇일 동안은 상실감도 크게 느껴졌고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다행히 금방 추스리고 연구자에게는 시간이 무한정 주어지는게 아니며 스피드도 중요한 역량임을 뼈저리게 배웠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너무 성과에 집중할 때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고 의미 없는 일을 많이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연구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고, 스피드를 올리고 싶다면 더 많은 시간을 올바르게 쏟아야 할 것 같다.

 

지금 하는 연구가 거의 막바지에 왔는데 생각보다 마지막 정리가 오래 걸리고 있다.

빨리 좋게 연구를 마무리짓고 후련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처음 박사를 진학할 때, 박사로서 다양한 지식을 배우기 위해 연구실을 옮겼었다.

덕분에 정말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고 이전에 잘 모르던 내용들도 배워야해서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공부를 하고 나면 뿌듯하고 빠르기는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곧 개강인데, 개강을 하면 더 바쁘고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늘 즐겁게, 열심히 학위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 연구의 신이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제발...!

 

2021년 8월 29일 새벽 박사 첫 학기를 보내며

하늘이 맑아서 기분이 좋았던 여름의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