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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활

박사 졸업

2021년 3월 박사 첫 출근하고 퇴근하던 날이 생각이 난다.

'잠깐... 지금까지 했던거에 2배를 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고...?' 

잠시 자퇴할까...고민했던 그 순간이 글을 적고 있으니 생각이난다.

 

다행히 바쁘고, 다사다난했고, 여러모로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갔다.

오히려 제 시간안에 졸업 요건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압박감이 더 컸던 것 같다.

다행히 3년 6개월 한 학기 빨리 졸업을 할 수 있었고, 운이 좋게 출연연에서 포닥을 (전문연...) 할 수 있었다.

8월 졸업이라 이번에 학위수여식을 가고, 사진을 찍으니 졸업을 했다는게 실감이 난다.

이제는 모자 던질일이 더 이상 없겠지..?!

 

처음 학위를 시작했을 때 많은 욕심과, 꿈이 있었는데 학위 생활을 하면서 점점 욕심은 적어지고, 꿈은 작아졌다.

어느 순간 졸업, 취업이 꿈이 돼버렸고 이를 이루기 위한 정도의 삶을 박사 과정동안 살았던 것 같다.

당연히 당시에는 이 꿈마저도 정말 쉽지 않았고 간절했던 것 같다. 다만, 다 끝나고, 다 지나고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박사 졸업 후 선택권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회사를 가고 싶으면 회사를 가고, 좋은 곳에 포닥을 가고 싶으면 포닥을 가고... 하지만 그저 운이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곳에서 포닥을 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움과 시련이 박사 졸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운이 좋게 이 시련을 넘었고, 이 사실은 꽤 많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같다.

또한 그 과정에서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많이 알게됐다. 

 

나는 역설적인 사람인 것 같다.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려나..?

몸이 편안하면 일을 열심히 해서 성취감을 얻고 싶고, 일이 바빠서 힘들면 다 때려치고 쉬고 싶다.

다만, 둘 중 하나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의미있게 바빠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란 것을 알게됐다.

몸이 힘들어도 성취감이 있으면 왜 더 행복할까? 고민해봤을 때 내가 필요한 사람, 기여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원동력은 늘 걱정과 불안이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누군가에 의해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시절, 실내화 가방을 잃어버려서 걱정했는데 다음날 학교에 가니 제자리에 잘 있어서 안심했으나, 이내 또 다른 불안거리가 생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루가 또 시작된 것이다.

이처럼 내 인생은 불안함이라는 숙제를 풀고, 그 숙제를 풀면 다음 불안함이 오는 삶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고등학교 입시, 대학교 입시, 학점 받기, 대학원 입시, 졸업... 많은 숙제를 풀어낸 것 같다.

불안함이라는게 부정적인 단어로 들리지만, 불안함은 나에게 적당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줬고,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인생의 가장 큰 불안인 박사 졸업 (해본 사람만 아는 엄청난 숙제...)를 넘고 나니,

여전히 불안함이 남아있지만, 이것보다 더 강하게 드는 생각은 일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Field 에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시 연구가 재밌어졌고, 좋은 성과를 많이 이뤄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또한 새로운 연구단에서 많이 배우고, 내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드니 지난 시간들을 허송세월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게 든다.

 

어느덧 31살이다... 나이를 먹고 보니, 인생에 후회는 평생의 동반자인것 같다.

다만 후회를 너무 많이 하다보니 얼마나 이제는 이게 무의미한지 알고 금방 헤어나올 수 있게 됐다.

뒤를 돌아볼때는 잠시 쉬며 추억을 회상하거나, 잠시 반성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2025년,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커리어적으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고,

이렇게 일에 능동적으로 임하고 싶었던 적이 얼마만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출근하면 퇴근하고 싶다.)

 

학위 생활을 하는 동안 만난 모든 소중한 인연들 덕분에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이 힘들지만 즐거움도 가득한 생활이었던 것 같다. 

졸업한 내 자신에게 많은 격려와 축하를 하고 싶고, 2025년도 잘 해보기로 약속한다.

 

난 졸업이다~! 다들 뺑이쳐라~! 라고 연구실 애들한테 말하니 속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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